비대면 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화상통화, 모바일 앱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진료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원격의료의 한 형태로, 물리적 거리와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여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방식입니다. 국제적으로는 '텔레메디슨(telemedicine)'이라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활용도가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현재는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던 비대면 진료는 2023년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되어 제한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국내 비대면 진료 이용자 수는 2020년 83만 명에서 2023년 133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누적 진료 건수도 1,00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약사에 의한 원격 복약지도와 처방의약품 배송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프랑스는 2020년 3월부터 주치의 의뢰 없이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으며, 영국과 미국에서도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장점은 의료 접근성의 획기적 향상입니다. 농어촌 지역, 도서 벽지, 고령층 및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병원과 연결될 수 있어 의료 형평성 제고에 기여합니다. 또한 만성질환자들이 반복적인 진료를 위해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여 치료의 지속성을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킵니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시스템의 효율성도 증대시킵니다. 대기시간 감소와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감염병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I 기반의 진료 예측 시스템, 전자의무기록의 클라우드화, 디지털 약국 서비스, 원격 건강 모니터링 기기 등 관련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에는 여러 한계와 우려점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진료의 질 저하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료는 환자를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행위인데, 비대면 상황에서는 청진, 촉진 등 필수적인 진단 절차가 생략될 수밖에 없어 중대한 질환을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약 처방의 남용 문제, 의료 상업화 우려,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의약품 배송 허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효율적인 비대면 진료 서비스 구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 시범사업에서는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 등에게만 의약품 재택수령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는 앞으로 의료서비스 전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안정적인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가 필요하며, 포괄적인 원격의료 개념을 담을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요구됩니다. 또한 안전성 입증과 의료 질 유지를 위한 기준과 평가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생성형 AI, 웨어러블 기기 등과 연계한 개인 맞춤형 비대면 진료 시스템 구축이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 진료의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계와 정부, 기술 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